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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흔적과 훈장

2026년 8월 16일

고천일 목사 (새길교회)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 야곱만큼이나 인생이 파란만장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아버지 이삭과 쌍둥이 형인 에서를 속이고, 아버지의 유산을 독식할 수 있는 장자의 권리를 차지하고는 형 에서의 보복이 무서워 먼 길을 떠나 외가로 도망하여 20여 년간 죽을 고생을 합니다.

 

소년 시절 한창때 미래의 꿈을 키우며 귀공자의 삶을 누릴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사서 고생한 꼴이 되어버린 야곱은 자기보다 한 수 위에서 잔머리 지수가 높고 재리에 밝은 외삼촌 라반에게 농락당하며 20년이나 착취당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외삼촌을 속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야곱을 죽이겠다고 사백 명의 장정을 이끌고 달려오는 형 에서 앞에서 겪는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에 하나님께서 개입하셔서 형 에서와 극적인 화해를 이루는 과정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 여정에도 일어나기를 원하는 특별한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야곱이라는 사람이 풍기는 인상은 자기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독한 이기심과 야비할 정도로 매사에 철저하고 계산이 앞서는 현실주의적인 사람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야곱을 택하셔서 이름을 이스라엘로 바꿔주시고 그의 소생 열두 아들들을 통하여 민족을 이루십니다. 우리가 성경을 통해서 알게 되는 사실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은 결코 세상의 방식이나 계산과 상식을 뛰어넘어 사람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시작하시고 이루고 계심을 봅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하나님의 경륜과 섭리로 받아들이며 이해합니다. 그러나 세상은 절대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수용 불가하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루어 가십니다. 따라서 모든 인생의 주권은 결국 하나님께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고백하게 되는 것입니다.

 

창세기 32장 이후에 일어나는 야곱의 일생에서 하나님의 경륜이 이 땅에 어떻게 펼쳐지고 이루어지는가를 깨닫게 되고 깊은 은혜를 입게 됩니다. 특히 32장에서 야곱이 형 에서를 대면하기에 앞서 느끼는 두려움과 무거운 압박감을 안고 번민할 때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와 씨름하며 끝까지 하나님의 은혜를 놓치지 않으려고 매달리는 야곱의 절박함을 봅니다.

 

천사는 야곱의 허벅지(환도뼈)를 쳐서 탈골 시켜서, 야곱이 자기 생각대로 이리저리 머리 굴리며 살길을 찾지 못하도록 제한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통치 아래 살게 하십니다. 그렇게도 발발거리며 자기의 계산을 따라 살던 야곱이 다리를 절며 거동이 불편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야곱에게 생겨난 신체적 장애가 하나님의 강렬한 흔적으로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창세기 47장 10절에서 야곱은 말년에 요셉의 인도로 애굽에 내려가 바로 앞에 섰을 때도 그 모습으로 바로를 축복합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자기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졌다고 증언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사도 바울입니다.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갈 6:17)

 

한때 바울은 세상에서 잘 나가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차세대의 리더로 떠오르는 엘리트로서 자신만만한 바리새인 중의 바리새인이며 가말리엘의 수하에서 수학한 수재였다고 스스로 밝혔습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로마 시민권을 보유했고 베냐민 지파로 유대인 중의 유대인으로 율법에 충실했으며 세상의 관점으로는 부족함이 없다는 자존감으로 스데반을 죽이는 데 앞장서서 그리스도인을 핍박하는 선봉자로 기세등등하던 사람이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자기 몸에 있는 할례의 흔적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율법을 준수한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하였으나 하늘로부터 홀연히 비추는 강력한 빛을 받고 고꾸라지면서 눈이 보이지 않는 그 순간에 임하는 두려움과 정신이 혼돈에 휩싸여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이때 하늘에서 들리는 주님의 음성을 듣고 그 후로는 예수가 그리스도이심을 성경으로 확신하게 되면서 영과 진리의 세계로 진입하게 되는 과정을 우리는 성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큰 자 사울이 작은 자 바울로 거듭난 심령에 불붙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루신 구원과 부활의 복음이 생명력을 나타내는 사명을 일생 감당하게 됩니다. 그러나 바울이 가는 길은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헐벗음과 굶주림과 돌과 채찍으로 매 맞음과 감옥에 갇힘과 바다와 육지의 고난이 연속되어도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자신을 불살랐습니다. 그런 사도 바울이 자기 몸에 ‘예수의 흔적’이 있다고 선언하면서 자기를 괴롭게 하지 말라고 선언합니다.

 

우리 각 사람은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흔적을 지니고 있는지요. 야곱이나 바울과 같은 흔적인가요? 아니면 세상에서 얻어 누리고 자랑하는 훈장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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