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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편(便)

2026년 1월 19일

며칠 전 95세 노(老)정객이 장수의 비결을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 것’이라 하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워하면 자기가 가장 먼저 다친다고 하였다. 자기 생명을 단축한다는 말이다. 그리스도의 제자로 사는 우리로선 지극히 상식이다. 누구를 미워하는 건 살인과 같으니 말이다. 원수도 사랑하라 하신 그리스도의 제자가 아닌가? 2026년 새해를 맞아 한 해를 어찌 보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미워하지 말라’는 노(老)정객 말이 귓전을 울린다.

우리네 사회가 정상을 회복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큰데, 아직도 요원한 듯하다. 이념으로 인해 어느 한쪽 편을 들다가 심지어는 이혼도 불사한다는 말이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2004년 《교수신문》이 그해 사자성어로 ‘당동벌이’(黨同伐異)를 정한 일이 있는데,

세월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싶다.

중국의 역사책 《후한서(後漢書)》 〈당동전(黨同傳)〉에 나온다는 이 말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대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다른 집단이나 사람을 무조건 흠집을 내거나 무너뜨리려는 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제거할 대상으로 보는 것인데, 내 편은 무조건 옳고 다른 편은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자기 편이 곧 정의라는 생각 말이다. 같은 말, 같은 행동에도 불구하고 ‘누가, 어느 편에서’ 한 것이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진다. 아무리 죄가 되어도 ‘내 편’이면 그럴 수 있다며 감싸고 두둔한다. 있어서는 안 될 진영논리가 아닌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은 필연적이고, 이를 더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극적인 선동과 진실에 부합하지 않은 거짓 뉴스가 여전해 온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아예 휘둘리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이들이 도태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호응하니 더욱 활개를 친다. 중량감이 있는 어느 정치인은 우리나라가 베네수엘라처럼 된다고 예언하였다. 그렇게 되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철석같이 믿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다. 나라야 어찌되든 말든 그렇게 되기를 바라서 ‘희망 사항’을 말한게 아닐지 모르겠다.

당동벌이의 대표 사례를 지난 정권에서 지켜본 바 있다. 이념과 진영을 중심으로 온 종파가 심지어는 미신을 숭상하는 무리까지 한편이 되어 옹호하고 편드는 것을 씁쓸하게 지켜보았다. 계엄 정국 이후 그 후과(後果)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단 통일교와 신천지 등이 정치권력과 유착한 것이 문제가 되어 수사 중이고, 향후 특검도 한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통 기독교 내에선 이런 일이 없었나 하는 의구심인데, 부디 없기를 바랄 뿐이다. 사회의 분열을 치유하고 서로 연합하도록 도울 책무가 교회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선을 좀 돌리자. 지난해 8월에 합동한 우리 총회가 새해를 맞아 새로운 다짐으로 나서고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바쁘다. 한 몸이 되려는 노력이 더 절실히 필요한 때다. 부부라도 단번에 합을 맞추기는 어렵다. 시간을 두고 할 일이 무엇인가 찾아도 보고, 적극 나서서 감당해야 한다. 내 말과 행동 하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심 해야 한다. 절대 편(便)을 갈라서는 안 된다. 누구라도 분열을 조장하는 말과 행동을 해서는 아니 된다. 복음은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막 9:40)라고 하였다. 더 개방적이고 포용성을 지녀야 한다. 혹 누가 어느 편이냐고 묻거든 모두 ‘우리 편’ 즉 ‘예수 그리스도의 편’이고, ‘예수 그리스도가 선 자리’에 있다고 대답하면 좋겠다.

네 편 내 편이 있을 수 없음을 명심하자. 무엇보다 갈 길이 바쁜 총회가 더 나은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총회원들의 수고와 헌신이 절대적이다. 모든 면에서 조금씩만 더 ‘십시일반’(十匙一飯) 하면 좋겠다. 주님을 대하듯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며 아끼고 배려하면 좋겠다. 그래서 하나님이 우리를 사용해 ‘하게 하실 일’을 능히 감당함으로써 총회가 발전하고 교회마다 부흥하고 가정마다 번성하길 바란다.


“형제들아 내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너희를 권하노니 모두가 같은 말을 하고 너희 가운데 분쟁이 없이 같은 마음과 같은 뜻으로 온전히 합하라” (고전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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