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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 이정화 교수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신약학)

2026년 8월 16일

이정화 교수,『오늘을 위한 요한계시록』출간
성도부터 신학생·목회자까지 쉽게 읽는 계시록 안내서


“요한계시록에 관한 책은 이미 많습니다. 좋은 주석과 연구서도 적지 않은데 제가 또 한 권을 보탤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요한계시록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성도들이 쉽고 명료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책은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이정화 교수(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는 최근 『오늘을 위한 요한계시록』을 출간했다. 이 책은 방대한 학문적 논의를 나열하거나 난해한 상징을 지나치게 세분화하기보다, 요한계시록 전체를 읽어 갈 수 있도록 ‘지도’와 ‘나침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학생과 목회자뿐만 아니라 평신도들까지 읽을 수 있도록 쉽고 평이한 문장으로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오랜 강의 경험을 살려 마치 독자 앞에서 설명하듯 글을 풀어냈다.

“오랫동안 요한계시록을 강의하면서 어떻게 설명해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지를 고민했습니다. 강의하듯이 글을 썼기 때문에 독자들도 비교적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요한계시록을 어렵다고 느끼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에게 주신 말씀을 일부러 이해하기 어렵게 계시하셨을 리는 없습니다.”

책은 모두 12장으로 구성됐다. 그동안의 강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교회 성경공부와 신학교 강의, 목회자 세미나 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각 장에서는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독자가 현재 요한계시록의 어느 지점을 읽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전체 구조를 반복해 제시한다.

이 교수는, 요한계시록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전체 구조를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자마다 계시록의 구조를 다르게 구분하지만, 이 책은 4∼5장에 나타난 ‘하늘 보좌의 환상’을 중심으로 계시록 전체를 조망한다.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을 보듯이 요한계시록을 읽을 때도 전체 지도를 보아야 합니다. 한 구절만 떼어 해석하면 길을 잃거나 오해하기 쉽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본문이 전체 이야기에서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아야 그 의미가 명료해집니다. 하늘 보좌의 환상이 계시록 전체를 지배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구조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교수의 말이다.

 

묵시·예언·편지, 세 가지 장르를 함께 보라

이 교수는 요한계시록이 어렵게 느껴지는 까닭을 “본질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라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처음 운전을 배울 때는 모든 과정이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길을 찾는 것처럼, 요한계시록도 읽는 방법을 알면 결코 접근할 수 없는 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시록을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핵심은 이 책이 지닌 세 가지 장르, 곧 ‘묵시·예언·편지’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다.

첫째, 요한계시록은 상징과 환상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는 묵시문학이다. 따라서 짐승과 뿔, 숫자, 재앙과 전쟁을 무조건 문자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가령 아마겟돈 전쟁을 현대의 특정 국가들이 벌일 군사적 충돌로 단정하기 전에 그 장면이 무엇을 상징하는지를 물어야 한다.

둘째, 요한계시록의 상징을 해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구약성경이다. 요한계시록에는 구약의 직접적인 문장뿐 아니라 출애굽, 성막, 제사, 선지서, 다니엘서와 에스겔서 등에 나타난 수많은 이미지가 녹아 있다. 구약이라는 뿌리에서 분리된 계시록 해석은 자의적인 추측으로 흐르기 쉽다.

셋째, 요한계시록은 실제로 1세기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에 보내진 편지다. 그러므로 최초의 수신자들이 어떤 역사적 상황에서 이 말씀을 들었으며, 로마제국의 압력과 박해 가운데 그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그 과정을 거친 뒤 오늘의 교회와 성도에게 적용해야 한다.

“요한계시록을 알면 구약이 보이고, 구약을 알면 요한계시록이 보입니다. 계시록은 성경 전체를 통전적으로 조명하게 하는 도구입니다. 장르와 구약적 배경, 1세기의 역사적 문맥이라는 세 가지 원리를 붙들면 계시록 전체를 훨씬 안전하고 일관되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맞히는 책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내는 말씀

책 제목 『오늘을 위한 요한계시록』에는 이 교수의 신학적 강조점이 압축돼 있다. 요한계시록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과 종말,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미래의 사건과 연도를 계산하거나 세상의 끝을 추측하도록 주어진 책은 아니다.

계시록은 하나님을 알파와 오메가, 곧 시작과 완성의 주로 선포한다. 성도는 역사를 시작하신 하나님께 믿음의 뿌리를 내리고, 역사를 완성하실 하나님을 바라보며 현재를 살아야 한다. 재림에 대한 진정한 소망은 오늘의 삶을 포기하게 하지 않고, 오히려 매 순간을 더욱 충실하고 거룩하게 살아가게 한다.

“요한계시록은 미래에 관한 책이지만, 결국 오늘을 위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재림을 소망한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거나 날짜를 계산하는 일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반드시 오신다는 믿음으로 오늘을 성도답게 살아내는 것입니다. ‘오늘을 위한 요한계시록’이라는 제목에 제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불문학에서 신학으로, “말씀 연구에서 생명을 느꼈다”

이정화 교수의 학문적 여정도 눈길을 끈다. 학창 시절 프랑스어와 불문학의 매력에 빠져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10년 이상 공부했다. 처음에는 불문과가 주는 낭만적인 이미지에 끌렸지만, 공부할수록 언어 자체의 아름다움과 문학의 깊이에 매료됐다.

그러나 프랑스 문학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성경적 가치관과 충돌하는 내용 때문에 내적인 갈등과 부담도 겪었다. 공부 자체는 좋아했지만 자신의 영혼에 생명을 공급하는 학문은 아니라는 한계를 느꼈다.

결혼 후 남편의 발령으로 광주에서 생활하며 해성교회를 만났고, 신앙생활의 기쁨을 새롭게 경험했다. 이후 벨기에에 머물 기회가 있었고 그곳에서 신학 공부를 접했다. 외국어로 신학을 공부하는 데 한계를 느껴 한국에 돌아온 뒤 주변의 권유로 본격적인 신학의 길에 들어섰다. 신학교 3학년 때는 사역자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소명을 확신했고, 마침내 박사 과정까지 연구를 이어 갔다.

 

“불문학을 공부할 때도 학문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내적인 갈등과 스트레스가 컸습니다. 그런데 신학을 공부하면서는 하나님 말씀을 연구하는 것 자체에서 생명을 느꼈습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 공부를 시키시기 위해 오랫동안 나를 훈련하셨구나’ 하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문학과 언어를 오랫동안 연구한 경험은 신학 공부에도 중요한 자산이 됐다. 문학의 장르와 구조를 분석하고, 상징과 비유를 해석하며, 문맥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는 훈련이 요한계시록 연구와 집필에 큰 도움이 됐다. 겉으로는 불문학에서 신학으로 방향을 바꾼 것처럼 보이지만, 이 교수에게는 모든 학문의 여정이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연결돼 있었던 셈이다.

그가 박사 논문의 주제로 요한계시록을 선택한 것은 “가장 잘 몰랐기 때문”이었다.

“신약성경 가운데 제가 가장 모른다고 생각한 책이 요한계시록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어려운 책을 제대로 공부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저 자신이 처음에 무엇을 어려워했는지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왜 어렵게 느껴지는지와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필요한 한 사람에게 읽히는 책이 되기를”

특히 이 교수는 한국교회에서 요한계시록 설교와 성경공부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자와 주석가마다 설명이 다르다 보니 신학생과 목회자조차 계시록을 부담스러워합니다. 교회가 주저하는 사이 이단들이 계시록을 자신들의 전용물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에는 고난받는 그리스도인에게 소망과 인내를 주는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교회가 그 말씀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 교수는 이 책이 계시록을 처음 펼치는 성도에게는 두려움을 걷어 내는 친절한 입문서가 되고, 신학생에게는 해석의 원리를 세워 주는 기본서가 되며, 목회자에게는 설교와 성경공부를 시작하게 하는 실제적인 강의 교재가 되기를 소망한다.

 

“재림을 소망한다는 것은 오늘을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도로서 오늘을 더욱 충만하고 신실하게 살아내는 것입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계시록을 두려움 없이 펼치고, 그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하늘의 소망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오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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